유창해진다는 것
빠진 한 조각
외국어를 유창하게 하고 싶어요. 공부할 시간도 따로 냈어요. 어학 수업에 한 번도 빠지지 않았어요. 듀오링고도 매일 해요. 그런데 수백 시간, 혹은 수천 시간을 공부했는데도 기대했던 만큼 유창해지지 않아요. 합주에 끼고 싶은데, 아직 혼자 연주하고 있는 셈이죠.
언어는 교실에서 배우는 게 아니에요. 어학 교재로 배우는 것도 아니에요. 문법을 이해하고 단어를 안다고 해서 유창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진짜로 유창해지는 데 빠진 한 조각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이에요. 화음을 만들고 싶다면 함께 연주할 파트너가 필요해요.
언어는 사람과 사람을 잇는 도구
언어는 사람 사이에 관계를 만드는 도구예요. 십 대 시절 한국에 살면서, 아이들이 한국어를 유창하게 말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기억이 나요. 아이들은 주변 어른들과 복잡한 대화를 나눴어요. 입에서는 아름다운 말이 문단째로 끝없이 흘러나왔어요. 친구들과 농담을 하며 웃었어요. 울었어요. 싸웠어요. 걱정을 털어놓았어요. 저는 여섯 살 아이만큼 유창해지려면 얼마나 걸릴까 궁금했어요. 그런데 그 아이들은 지난 여섯 해 동안 제가 하지 않은 일을 해 왔어요. 한국어의 리듬을 듣고 있었던 거예요.
그 정도 유창함은 우리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요. 단어나 문법에서, 만능 교재나 영감을 주는 선생님에게서 시작되는 게 아니에요. 처음도 끝도 사람과의 연결이에요. 바로 그 연결이 우리에게 리듬을 가르쳐 줘요. 사람과 어울리며 유창해지고 언어의 리듬과 박자를 찾는 데는 네 가지 열쇠가 있어요.
첫째, “언어 부모”를 찾으세요.
둘째, 박자를 따라 하세요.
셋째,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으세요.
마지막으로, 힘을 빼고 스며드세요.
”언어 부모”를 찾으세요
언어의 본보기가 되어 줄 사람이 필요해요. 규칙은 단 하나예요. “언어 부모”는 목표 언어를 여러분보다 잘하는 사람이어야 해요.
좋은 “언어 부모”란 어떤 사람일까요?
좋은 “언어 부모”에게는 세 가지 자질이 있어요.
- 곁에 있어 줄 것.
- 유머가 있을 것.
- 살짝 짓궂을 것.
언어 부모는 곁에 있어 줘야 해요. 곁에서 소리를 내 줄 사람이 없으면 언어의 리듬을 배울 수 없어요. 룸메이트라면 가장 좋아요. 꼭 같이 살 필요는 없지만,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건 정말 값진 일이에요.
언어 부모는 여러분과 유머 감각이 어느 정도 비슷해서, 함께 있는 게 별로 불편하지 않아야 해요. 같이 있는 게 즐겁지 않으면, 결국 같이 있지 않게 돼요! 함께 재미있어야 해요. 꼭 목표 언어로 노는 재미가 아니어도 돼요.
언어 부모는 여러분을 … “상황”에 빠뜨리는 걸 즐기는 사람이어야 해요. 제가 대만에서 버스 기사에게 뭐라고 말해야 하는지 아는 건, 제 중국어 언어 부모가 마법의 한마디를 하기 전에는 버스를 못 타게 했기 때문이에요. 언어 부모는 여러분이 쩔쩔매는 모습을 보며 약간의 가학적인 즐거움을 느끼고, 해냈을 때는 엄청난 보람을 느끼는 사람이어야 해요.
언어 부모를 어떻게 찾으라고 콕 집어 말할 수는 없어요. 사람마다 너무 다르니까요. 대학생이 언어 부모를 찾는 방법은 회사에 다니는 사람과는 전혀 달라요. 하지만 이건 확실히 말할 수 있어요. 혼자서는 유창해질 수 없어요. 새 언어의 리듬과 박자는 저절로 찾아오지 않아요. 엉뚱한 길로 빠지지 않게 막아 주고, 있는 줄도 몰랐던 길로 이끌어 주고, 여러분이 원래 되어야 했던 원어민이 되도록 도와줄 안내자가 필요해요. 평생 언어 부모가 한 명뿐이지는 않겠지만, 시작하려면 적어도 한 명은 있어야 해요.
언어 부모가 생겼다면, 이제 그 사람의 말을 듣고 따라 해야 해요.
박자를 따라 하세요
언어도 음악처럼 반복이 핵심이에요. 우리는 귀에 들리는 소리를 주변 상황의 단서와 연결해요. 아이들을 보면 알 수 있어요. 언어는 흉내예요. 반복은 뇌가 소리와 감정 사이에 쓸모 있는 연결을 만들도록 도와줘요.
이런 일은 외국어에서만큼이나 모국어에서도 똑같이 일어나요. Reddit에 올라온 이 일화가 잘 보여 줘요.
어렸을 때 아버지가 “Knowledge is power. Francis Bacon.”(아는 것이 힘이다. 프랜시스 베이컨.)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그런데 저는 어째서인지 그 말을 “Knowledge is power. France is bacon.”(아는 것이 힘이다. 프랑스는 베이컨이다.)으로 알아들었어요.
십 년 넘게 저는 뒷부분이 무슨 뜻인지 궁금해했어요. 두 문장 사이에 대체 무슨 연결이 있다는 걸까? 제가 누군가에게 “Knowledge is power, France is bacon”이라고 말하면 상대는 다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어요. 누가 “Knowledge is power”라고 하면 제가 “France is bacon”으로 마무리했는데, 이상한 소리를 한다는 듯 쳐다보기는커녕 다들 생각에 잠긴 얼굴로 맞장구를 쳤어요. 한번은 선생님께 “Knowledge is power, France is bacon”이 무슨 뜻이냐고 여쭤봤더니, “Knowledge is power” 부분은 10분 동안 자세히 설명해 주셨지만 “France is bacon”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없었어요. 제가 “France is bacon?” 하고 되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은 “Yes”뿐이었어요. 열두 살이던 저는 더 캐물을 자신이 없었어요. 그냥 영영 이해하지 못할 말이라고 받아들였어요.
몇 년이 지나 그 말이 글로 적힌 걸 보고 나서야 무슨 뜻인지 알았어요.1
Francis Bacon과 “France is Bacon”은 사실상 같은 소리예요. 흉내는 완벽했어요! 이야기 속 화자는 그 소리만으로도 무리에 낄 수 있었어요. 목표 언어에서 똑같이 해도,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기까지 십 년씩 걸리지는 않을 거예요. “언어 부모”가 있다면 더더욱요.
저도 “자주”라는 뜻의 한국어 단어로 똑같은 일을 했어요. 십 대 때 누군가 그 단어를 군말처럼 끼워 넣는 걸 들은 기억이 나요. 그 사람이 좋아 보였고, 그 단어를 더듬듯 되풀이하는 말투마저 귀엽게 들려서 저도 따라 쓰기 시작했어요. 군말로 삼았으니, 하루에도 수백 번씩 틀리게 쓸 수밖에 없었죠.
당시 제 한국어 “언어 부모”였던 대학 동기 몇 명이, 이 참사를 더 듣다가는 귀가 남아나지 않겠다며 재빨리 손을 썼어요. 저는 멜로디를 따라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조도 다르고 박자도 어긋나 있었던 거예요.
베이스가 줄과 나무로만 이루어진 게 아니듯, 언어도 문법 규칙과 단어 목록이 전부가 아니에요. 좋은 음악이 코드와 코드 진행과 멜로디이듯, 언어는 패턴과 반복이에요. 느껴야 해요. 느끼는 방법은 몸에 밸 때까지 듣고 해 보는 것뿐이에요. 처음에는 그걸 알아들을 귀가 없으니까 언어 부모가 필요한 거예요.
대체로 언어 부모는 엉뚱한 걸 앵무새처럼 따라 하지 않게 막아 줄 거예요. 그런 걸 잡아내도록 귀가 훈련된 사람들이니까요. 그래도 운이 좋다면, 가리지 않고 다 가르쳐 줄 거예요. 제 한국어 언어 부모 중 한 명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어요. “넌 내 걸작이야. 네 언어의 폭을 넓혀 주려고 했어. 일부러 걸쭉한 말이랑 표현만 가르쳤어. 네가 그걸 엉뚱한 자리에서 쓰지 않을 거라고 믿으니까.”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으세요
리듬이 몸에 익고 멜로디도 조금 들리기 시작하면, 누군가 들어오라고 신호를 줄 거예요. 이제 직접 연주할 차례예요! 언어 부모가 곁에서 이끌어 줄 거예요.
“Wo ist das Carl Zeiss Planetarium?” 제 딴에는 독일어 억양이라고 생각한 발음을 최대한 흉내 내며 소리 내어 읽었어요. Skype 통화로 Park Inn 호텔 안내 데스크 직원에게 묻는 동안, 독일인 룸메이트 귀도와 마르틴은 제 발음을 듣고 웃었어요. “얘 억양이 완전 한국식이다. 이 억양, 일부러 더 밀고 나가자.” 제 주된 독일어 언어 부모였던 귀도가 화면에 다음 문장을 입력하며 말했어요.
“Und der Fernsehturm?” 저는 그 단어를 엉망으로 발음하며 읽었어요.
짓궂은 말썽쟁이 언어 부모들은 저에게 베를린 곳곳으로 가는 길을 묻게 하고 있었어요. 앞이 아예 안 보이는 게 아니라면, 높이 386m의 Fernsehturm(TV 송신탑)을 못 볼 수는 없어요. 창문 대부분이 그 송신탑 쪽으로 바로 나 있는 호텔에서라면 더더욱요.
제 독일어 언어 부모는 제가 수줍음과 두려움을 떨쳐 내게 하려던 거였어요. 완벽하지 않더라도 입을 열고 말하길 바랐어요. 멜로디 한 소절이라도 직접 연주해 보길 바랐던 거죠.
예전 오케스트라 지휘 선생님이 늘 가르치셨듯이, 지적을 받고 싶다면 실수를 크고 분명하게 해야 해요. 외국어로 말하면서 실수를 하나도 안 하고 있다면, 충분히 애쓰지 않고 있는 거예요.
“상황”은 배우는 과정에 감정을 불어넣어요. 감정은 기억을 단단히 붙들어 줘요. 어떤 언어든 유창하게 하는 사람에게, 특정 단어를 언제, 어디서, 어떻게 배웠는지 말해 줄 수 있냐고 물어보세요. 다들 어떤 단어의 뜻을 깨달았던 순간에 얽힌 이야기가 있어요. 그 단어를 처음 접한 순간이 아니에요. 그 단어가 처음으로 의미 있게 다가온 순간이에요. “상황”은 감정을 실 삼아 사실을 기억에 꿰매 줘요.
감정 덕분에 어떤 음을 연주하고 어떤 음은 연주하지 말아야 하는지 기억할 수 있어요. 언제 어떤 단어를 써야 할지 감이 오고, 그 못지않게 언제 쓰지 말아야 할지도 감이 와요.
”힘을 빼고” 유창함에 스며드세요
시간이 지나면 바로바로 떠오르는 레퍼토리가 쌓여요. 원어민과 같은 방식으로 상황에 반응할 수 있게 돼요. 축하해요! 언어의 일부 영역에서는 유창해진 거예요. 이런 상황에서는 더 이상 알맞은 때에 알맞은 말을 찾느라 머리를 굴리지 않아요. 그 소리들이 여러분의 일부가 돼요.
대부분의 학습자가 멈추는 게 바로 이 지점이에요. 하지만 언어를 더 잘 다룰수록 다른 사람의 마음에 더 깊이 다가갈 수 있어요. 모국어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유창해지려면, 목표 언어라는 새 집에 “자리를 잡아야” 해요.
새 집에 “자리를 잡는” 좋은 방법은 적어도 두 가지예요. 하나는 사교형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책벌레형 방법이에요. 둘 중 하나만 골라야 하는 것도 아니에요!
사교형 방법은 목표 언어로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해 보는 거예요. 친구들과 계속 즉흥 연주를 이어 가세요! 어떤 친구들을 만나느냐에 따라 실력이 가파르게 늘 수도 있어요. 카페에서 주문하고 친구들과 수다를 떨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많은 사람 앞에서 자기 지식과 경험을 나누고 있을 거예요.
저는 동네 한인 교회 주일학교에서 한국계 미국인 십 대들과 갓 온 유학생들이 섞인 반을 가르치는 걸로 시작했어요. 일곱 달 뒤에는 LG그룹의 Senior Vice President와 차를 마시고 있었어요. 그로부터 열여덟 달 뒤에는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초청 강연을 하고 있었어요.
전부 한국어로요.
책벌레형 방법은 모국어로 책을 즐겨 읽듯이 목표 언어로도 열심히 읽는 거예요. 위대한 음악가들의 작품을 공부하는 것과 비슷해요. 깊이보다 폭이 중요해요. 수백 쪽을 대충 훑으며 큰 흐름을 잡는 읽기를 다독(Extensive Reading)이라고 해요. 한 쪽에 나오는 단어와 문법 구조를 하나하나 파고드는 것보다 이쪽이 훨씬 도움이 돼요. 시간이 지나면 언어 능력의 전혀 다른 면이 자라는 걸 느낄 거예요. “책벌레” 언어가 입말로까지 흘러넘쳐서, 주변에서 많이 배운 사람처럼 말한다는 소리를 듣게 될 거예요.
이 단계에서는 단어를 찾아보는 게 아니에요. 등장인물의 모험을 따라가요. 사실을 흡수해요. 아직 모르는 단어도 있지만, 이제는 그 과정을 즐길 준비가 되어 있어요. 처음부터 여기서 시작했다면, 문단 하나하나가 모르는 단어에 목까지 잠긴 채 힘겹게 걷는 길이었을 거예요. 이제는 가끔씩만 사전을 들춰요. 그보다는 언어 부모에게 설명해 달라고 하는 일이 많고, 그것도 그 단어를 충분히 여러 번 마주쳐서 알아야 할 이유가 생긴 뒤에야 물어요. 의무감이나 의지력이 아니라 즐거움과 호기심이 앞으로 나아가게 해 줄 거예요.
사전이 모든 걸 말해 주지 않을 때가 많아요. 그래도 상관없어요. 직감이 움직이기 시작할 테니까요. 어떤 단어가 온전히 내 것이 된 느낌이 들 거예요. 한국어 “형”을 예로 들어 볼게요. 영어 사전에는 “older brother”, 그러니까 손위 남자 형제라고 나와요. 저는 친형이 없지만 “형”은 많아요. 좋은 “형”이 되는 법도 말할 수 있고, 누군가 저를 “형”이라고 부를 때 어떤 기분이 드는지도 말할 수 있어요. 하지만 “형”이라는 개념을 설명하려면 에세이 한 편은 써야 할 테고, 그건 사전에 다 담기지 않아요.
그래도 괜찮아요! 새 언어의 집에는 다급하거나 정신없는 게 하나도 없어요. 엄밀히 말해 “외워야” 할 것도 없어요. 목표 언어가 마음껏 즉흥 연주할 수 있는 재즈가 되는 거예요. 계속할수록 취향도 실력도 좋아질 테고, 여러분에게도 주변 사람들에게도 즐거운 일이 될 거예요. 새 언어로 연주하는 음악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영감을 줄 거예요.
유창함이 깊어질수록, 어떤 언어에서든 말이 그 사람의 됨됨이를 드러낸다는 것을 알게 될 거예요. 무엇을 말하는지(그리고 무엇을 말하지 않는지)를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잘 드러나요.
코다
음악은 끝나지 않아요. 무리마다, 모임마다, 도시마다 박자가 조금씩 달라요. 대학을 마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한층 더 성장하고, 새로운 무리를 소개해 줄 새 언어 부모를 만날지도 몰라요. 그곳만의 즉흥적인 리듬 변주를 익히게 될 거예요. 그걸 따라 하다 보면 언젠가 누군가 여러분에게 들어오라고 신호를 줄 거예요. 아름다운 언어의 음악을 만들게 될 거예요. 억지로 하는 일이 아닐 거예요. 더없는 기쁨일 거예요. 여러분의 일부가 될 거예요.
언어 부모와 그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 함께 연주하는 그 동료들이 모두 평생 친구가 될 거예요. 모두가 함께 하나의 거대한 교향곡을 연주하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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